이전 글에서 다룬 태국 화장품 FDA 등록은 'notification' 방식이다. 제품을 사전통보하면 실질적인 심사 없이 번호가 부여되는 구조였다. 건강식품은 다르다. 태국 FDA에서 보조식품(ผลิตภัณฑ์เสริมอาหาร, Health Supplement Products)은 '등록(registration)' 절차를 거쳐야 한다. 서류 심사, 성분 검토, 라벨 승인까지 모두 통과해야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 같은 기관, 같은 'FDA'라는 이름이지만 내부 담당 부서도 다르다. 화장품은 Consumer Products Bureau 소관이고, 건강식품은 Food Bureau가 담당한다.
태국 FDA가 정의하는 '보조식품'의 범위
태국에서 태국건강식품FDA의 관할을 받는 보조식품은 크게 세 가지 형태다. 첫째, 비타민·미네랄 복합제. 둘째, 식물 추출물 기반 제품(홍삼, 강황, 프로바이오틱스 등). 셋째, 아미노산·단백질·오메가-3 등 기능성 성분 중심 제품이다. 한국에서 '건강기능식품'으로 분류된 제품이라도 태국 기준에서는 일반식품으로 취급될 수 있다. 반대로 한국에서 일반식품인 제품이 태국에서 보조식품으로 분류돼 보조식품인증 절차를 요구받는 사례도 있다.
성분 하나하나를 태국 FDA 허용 원료 목록과 대조하는 작업이 등록 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등록 절차와 필요 서류 — 화장품 대비 얼마나 복잡한가
화장품 notification은 서류 10여 종으로 수일 내 처리된다. 태국식품등록 절차는 이보다 훨씬 무겁다. 기본 제출 서류는 다음과 같다. 제품 설명서(Product Specification), 성분 전체 목록 및 함량, 원산지 증명서(CoO), 제조사 GMP 인증서, 안전성·유효성 관련 문헌 또는 연구 자료, 라벨(영문·태국어 병기), 수출국 판매 허가서 또는 자유판매증명서(CFS)다. 여기서 핵심은 GMP 인증이다. 한국 식약처 GMP 또는 ISO 22000을 보유한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이어야 한다. 서류상 GMP 인증 번호가 없으면 접수 자체가 반려된다. 심사 기간은 통상 90~180일이다. 추가 서류 보완 요청이 발생하면 이 기간은 더 늘어난다.
라벨링 요건 — 가장 많이 막히는 구간
태국 건강식품 라벨은 화장품보다 요건이 까다롭다. 필수 기재 사항은 제품명, 성분 및 함량(태국어), 제조일·유통기한, 제조국, 태국 내 책임수입자(Responsible Person) 정보, FDA 등록번호다. 등록번호 없이 라벨을 선제 인쇄했다가 번호 체계가 달라지면 전량 재작업이 발생한다.
라벨은 등록번호 승인 이후에 최종 인쇄하는 것이 원칙이다. 실무에서는 임시 라벨로 샘플 제출 후 번호 확정 시 최종본으로 교체한다.
또 하나 주의할 점이 있다. 건강기능식품수출 제품에 "치료·예방 효능"을 암시하는 문구는 태국 FDA에서 즉시 거부 사유가 된다. "면역력 강화", "혈당 조절", "관절 보호" 등의 표현은 태국에서 의약품 영역으로 간주될 수 있다.
등록 주체와 책임 구조 — 현지 파트너 없이는 불가능하다
태국 FDA 건강식품 등록은 태국 법인 또는 태국 내 공식 수입업자(Importer/Responsible Person)가 신청 주체가 돼야 한다. 한국 본사가 직접 신청할 수 없다. 태국 내 파트너사를 선정하고, 그 파트너가 등록을 대행하는 구조다. 이 구조에서 중요한 것은 계약 조건이다. 파트너가 등록번호를 보유하게 되면, 계약 해지 시 번호 이전이 분쟁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빈번하다. 태국식품등록 단계에서 번호 소유권과 이전 조건을 계약서에 명시해두는 것이 필수다. 등록 비용은 성분 수에 따라 다르지만, 정부 수수료 기준으로 제품당 10,000~20,000바트 수준이다. 에이전시 수수료를 포함하면 총비용은 이보다 상당히 높아진다.
화장품 vs 건강식품 — 핵심 차이 한눈에
두 카테고리의 차이를 정리하면 이렇다. 등록 방식: 화장품은 사전통보(notification), 건강식품은 등록(registration)이다. 처리 기간: 화장품 수일~2주, 건강식품 90~180일이다. 라벨 심사: 화장품은 자율 관리, 건강식품은 FDA 직접 심사다. 유효 기간: 화장품 등록번호는 별도 만료 없음, 건강식품은 3년마다 갱신이다. 효능 표현: 화장품은 기능성 표현 가능 범위 넓음, 건강식품은 의료적 표현 전면 금지다. 보조식품인증을 목표로 한다면 최소 6개월 이상의 준비 기간을 잡아야 한다. 화장품과 같은 속도로 진행하려 했다가 일정이 크게 어긋나는 경우가 많다.
다음 편 예고
11편에서는 태국 현지에서 실제로 건강식품 등록을 완료한 사례를 중심으로, 성공과 실패를 가른 변수들을 분석한다. 에이전시 선정 기준부터 보완 요청(RFI) 대응 전략까지 다룰 예정이다.